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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꽃샘바람


글쓴이: 김양규

등록일: 2018-03-05 15:34
조회수: 173 / 추천수: 46
 
73년도 봄.
그해 3월에 대학에 입학하고 자취를 했다.
자취하면서 몹시 추웠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청량리 시절, 몹시 추웠다는 느낌밖에 없다.
몸도 추웠고 마음도 추웠다.
계속해서 불어대는 봄바람, 꽃시샘바람에 감기가 들어
두어달을 콜록이다보니 폐결핵으로 이미 이환되어 있었다.

청량리의 봄.
우측 폐상엽에 구멍이 뻥뻥 두군데나 뚫린 사진을 받아보고 기가 막혔다.
그때가 봄, 73년도의 봄이었다.

그때 그 봄날에도 비가 왔다.
남부시립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혼자 터벅터벅 버스를 타러 내려오는데
부슬부슬 봄비가 왔다.
우산도 없이 봄비를 맞으며 혼자 거니는데 마음이 얼마나 상하던지.
섭하고 쓸하고 짠하니..
그때부터 2년간 폐결핵 치료를 받았다는..

서울의 봄은 참으로 길고도 추웠다.
5월말까지 바람이 많이 불었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결은 살을 에이는 한바람이었다.
무슨넘의 봄바람이 말만 봄이지 실은 한겨울 바람.. 서울의 봄바람은 그랬다.

봄은 역시 바람의 계절이다.
오늘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며 겨울의 잔재를 깡그리 씻어내고나면
이젠 봄바람, 꽃샘바람, 시샘바람이 끝없이 불어댄다.
그게 봄이다.

겉보기엔 따스하고 화사한 봄날같지만
실은 차고 매서운 바람이 많이 불어 바람때문에 힘든 시절이기도 하다
누가 지어냈던가 꽃샘바람..
정말 기가 막히게 적확한 단어같다.
봄꽃의 움돋움을 시샘하는, 막 돋아나는 봄꽃을 마구 망가뜨리려는 바람,
그 꽃샘바람, 시샘바람때문에 멍든 사람 여기 있지 않은가.

봄, 서울가서 공부를 시작하자마자 꽃샘바람에 일격을 맞아 비틀거렸던..
그래서 봄, 지금의 봄바람을 보면 저속에 내모습이 보인다.
벌써 45년전.
청량리 홍릉에서 추위에 벌벌 떨던,
떨면서 기침을 콜록거리던 한 촌스런 아이.
지금도 얼른거리는 그모습에 자꾸 고개를 흔든다.

          
유상현   2018-03-05 20:16:01 [삭제]
장로님도 폐결핵으로 고생하셨네요
저도 1990년 은행에 입행해서 한달만에 폐결핵이 걸렸습니다
서울 풍납동 합숙소에서 잔기침과 각혈을 하며 고생했던 적이 있었는데
6개월 휴직하면서 푹 쉬고 잘먹고 약 꼬박꼬박 먹으니 결국
완치판정을 받았었습니다 장로님 당시만 해도 폐결핵은 많이 꺼혀하고
두려워했던 병이었을텐데 타지에서고생하시며 잘 이겨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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