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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글쓴이: 김양규

등록일: 2021-01-30 16:02
조회수: 61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양규


사라호 태풍,
1959년 아버지 김경태 장로님이 집사로 섬기시던 때,
대지공원위의 나라땅에 임시로 만든 판자집인 수정교회가 사라호 태풍으로 종각이 날아가버렸습니다.
당시 아버지가 30세, 제가 네살 때였는데 교회집사님들이 우리집을 찾아와 걱정하며 한숨쉬시던 일이 아직도 선명하게 생각납니다.

수정교회는 삼일교회를 섬기던 양순옥 집사님이 교회를 개척하겠다며 시작한 것이 시발이었지요.
당시 양집사의 오빠가 경남도지사였던 양성복지사였는데 오빠에게 잘 얘기해서 대지공원의 땅을 빌려서 쓰기로 했었다고 합니다.
삼일교회의 당회장 한상동 목사님이 오셔서 개척예배를 인도해주셨습니다.

아버지는 25세때에 수정교회에 오셔서 개척의 첫삽을 드셨습니다.
그때 함께한 분들이 양순옥 집사, 차문옥 집사, 심대성 집사 등 ..
양집사는 유치원도 함께 운영하면서 원장을 겸했었지요.

남집사 일곱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유인즉, 당시 피란민들이 부산에 몰려서 밤마다 교회의 판자때기나 깔아놓은 가마니등을 훔쳐가는 일이 많아, 매일 한명씩 밤을 새워 지키는 숙직을 했답니다.
남자집사가 다섯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번씩 교회를 지켜야 해서.. 두명만 더 있으면 일주일에 한번만 숙직해도 되는데..그런 소박한 소원이었지요.

도지사에게 갈비짝도 사갖고 인사도 드리면서 어찌 땅을 한번 해보려고했는데 잘되지 않았고,
현재의 수정동 부지를 힘겹게 구입하였는데, 당시 이 부지는 찌그러져가는 공장이었습니다.
그 공장부지에 가마니 깔고 예배드렸는데 비가 오면 빗물이 줄줄새고..
그런 속에서도 다들 기쁨으로 교회를 섬겼습니다.

그당시의 교회당 부지는 좀 높았는데 여집사님들이 치맛자락에 흙을 퍼담고 날으면서 높은 땅을 낮추었고 교회를 지었지요.
교회는 지금의 현재모습까지 모두 세번을 지었습니다.
처음엔 다 찌그러져가는 판자집수준이었고, 그다음엔 이층으로 지어 지금의 새건물로 다시 지어지기까지 오랜 세월 견뎌냈습니다.

지금이사 어젓한 양옥 초현대식 건물이지만, 당시엔 상상조차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었습니다.
가마니깔고 예배드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 개척의 첫삽을 든 분들, 지금의 교회가 있기까지 수고하신 많은 분들..
그분들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초대의 장로로 성함이 비슷한 두 분이 세워졌습니다.
김경태, 김경호...
두 분다 이미 고인이 되셨건만 아버지는 당시 32세에 장로가 되셨던거로 기억이 됩니다.
경호장로님과 아버님은 애써 교회를 섬기셨습니다.
그분들의 후예가 지금은 교회에 아무도 안남아있고 기억조차 하는 분들이 없음에 세월의 하수상을 느낍니다.
경호장로님의 아들 순웅형은 이비인후과 의사로 영도에서 개업한거로 알고있는데 지금쯤 아마 은퇴하시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장로가 되었고, 아버지는 65세에 장로를 조기은퇴하시면서 입으셨던 가운을 저에게 물려주셨습니다.
아버지의 가운.. 김경태라고 노랗게 함자가 씌어진 밑에 제이름자 또박또박 적어넣었지요.
저와 함께 새로이 장로가 된 네분은 삐까번쩍 새 가운을 입었지만, 저는 낡은 버지의 가운.. 30년 이상 입으셨던 그 가운을 입었습니다.

제가 42세에 장로로 안수받았는데
당시 시무장로님의 아들 셋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장로가 되어, 아들뒤에 서서 각각 당신들 아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하셨는데, 저의 머리위에 얹혀진 아버지의 손..
정순행 목사님의 축복기도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제목덜미위로 떨어지는 눈물 한방울..
아 그건 아버지의 눈물이었습니다.

장립식이 끝나고 저는 기도했습니다.
아버지의 가운, 내가 받았는데 내 아들들 중 누구에게 이 가운을 물려줄 수 있을까.
두 아들넘에게 모두 이름자 박아서 물려줄 수 있게 해주소서..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수정교회,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모교회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따사해지는 교회,
그래도 어머니가 살아생전 이렇게 지나온 얘기 잠깐이나마 나눌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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